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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중대본의 실패…"안행부 중심 안된다" 경고 외면

[세월호 침몰]전문가 우려에도 재난기본법 개정안 강행
"'안전' 화두 조직 위상 높이려다 세월호 참사로 돌아와"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 | 2014-04-22 20:59 송고



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유정복 신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 2013.3.11/뉴스1 © News1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중대본)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
안전행정부를 국가재난에 대응하는 사실상 최고 기관으로 규정하고 중대본의 위상을 높이도록 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 당시에도 전문가들은 안행부 중심의 국가재난관리체계의 문제점을 경고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첫작품인 정부조직개편의 중심 축이었던 안전행정부의 위상 강화를 밀어붙인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이미 지난해 6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던 '국가통합재난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안행부가 국가재난대응의 콘트롤타워로 재정립되는 이 개정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당시 거론된 예가 미국의 연방재난관리청(FEMA)의 시행착오였다. 2000년 9·11 테러 후 미국정부는 FEMA를 비롯한 위기관리 조직들을 국토안보부(DHS)로 흡수통합해 수직적 재난대응체계를 수립했다. 그러나 개편된 이 체계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대응에서 문제점을 드러냈고, 미 의회 보고서에서도 DHS의 비대화와 FEMA의 독립성 훼손이 내부 운영체계의 혼선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윤명오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수직적 통합관리체계의 딜레마'라는 보고서에서 "(안행부와 같은) 총괄 조정하는 단일기구가 효과적일 수 있으나 어떤 하나의 조직이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며 "하나의 조직이 총괄하게 되면 서로 다른 백그라운드를 가진 조직들간 커뮤니케이션 문제와 예상치 못한 혼선의 가능성이 있다. 중앙부처의 논리와 규제가 현장에서는 '옥상옥' 논란을 발생시키는그간 수많은 사례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요한 것은 누가 총괄하는가보다는 관련 기관을 어떻게 잘 연계키느냐는 문제"라며 "총괄적 조정에 관한 권한에 집중할 게 아니라 거버넌스와 네트워크는 정부 내에서도 필요한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안행부의 재난업무 비전문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그때부터 나왔다. 자연재해는 안행부와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가 대처할 수 있다. 그러나 재난 업무에서 안행부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소방방재청 역시 소방과 방재 기능이 섞여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류희인 희망제작소 재난안전연구소장은 당시 토론회에서 "각 부처는 부처의 임무와 역할에 따라 보호해야 할 시설과 체계 등을 갖고 있다"며 "국가핵심기반의 마비 원인은 안보적 요인, 자연재난, 사회적 요인 등이 다양한데 이를 안행부에서 일괄관리한다는 것은 안행부 만능주의적 발상이며 소관부처별 원인을 다루는 법에 의해 관리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11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중심으로 한 재난대응체계로는 지휘가 제대로 안될 위험성을 예고했다. 배재현 입법조사관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의 의의와 과제'라는 글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이 사고수습본부를 지휘하면, 실질적으로 안행부 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을 명령체계에 의해 지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고 물음표를 남겼다.

해당부처가 구성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은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지휘할 수 있지만 사고수습에 중요한 중앙 및 지역 긴급구조통제단은 중대본의 지휘를 받게 해 사고수습의 효율성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목됐다. 그러면서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지휘를 모두 받게 돼있어 혼선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도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결과였다.

이런 전문가들의 사전 경고에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정부의 계획대로 지난해 8월 공포돼 올해 2월부터 시행됐다. 시행 직후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가 일어나자 안행부는 개정된 법률에 따라 강화된 중대본을 처음 가동시켰다. 당시도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과의 호흡이나 초동 대응은 매끄럽지 못했으나 일단 큰 문제는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대형재난인 이번 세월호 사고를 맞아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개정 당시부터 문제점을 지적했던 윤명오 교수는 뉴스1과 통화에서 "정부는 문제가 생겼을 때 전문성이 아니라 조직 위계로 해결하려 한다. 현장을 지배하려들고 지휘권을 세워주지 않는다"며 "그럴 경우 현장은 책임회피 경향을 갖고 대응역량이 떨어지게 되며, 다른 경우라면 몰라도 재난을 맞이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른다. 현장경험이 부족한 안행부에 중심을 두면 재난대응능력은 후퇴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안전'을 화두로 안행부의 위상을 강화하려 했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지적을 듣지않은 것"이라며 "그러면서도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같은 인기 분야만 집중하면서 대형재난 대비는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 역시 낯선 것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 정부의 보고서에도 세월호 사고의 원인 대부분이 거론됐다.

국토해양부는 2010년 '대형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체제 운영개선연구' 보고서에서 승무원의 과로, 선원들의 노령화, 선원들의 자질, 항해계기 등 각종 설비의 부족과 결함 등을 국내 선박 안전관리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손 놓고 있다 4년뒤 재앙이 돼 찾아온 것이다.


nevermin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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